병원에서 겪고 기록하는 이야기

부모님 목 수술 후기|경추전방유합술을 결정하게 된 보호자의 경험

메디컬트루 2025. 12. 30. 13:37

우리 부모님 세대는 평생 자식 뒷바라지하며 몸을 아끼지 않고 살아오신 분들이 참 많습니다. 그러다 보니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관절이나 척추가 닳아 문제가 생기곤 하죠. 저 역시 평소 아빠의 어깨 통증을 가볍게 여겼다가, 결국 수술까지 가게 된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느낀 점이 참 많습니다. 오늘은 아빠가 **'경추전방척추유합술'**을 받게 된 계기와 보호자로서 겪었던 솔직한 마음을 기록해 보려 합니다.

어깨 통증인 줄 알았는데 목 디스크? 위험 신호 3가지

아빠는 평생 건설업 쪽 일을 하시며 몸을 정말 많이 쓰셨습니다. 늘 파스를 달고 사셨기에 어깨나 등이 아프다는 말씀은 일상적인 투정처럼 들리기도 했죠. 하지만 이번에는 평소와 확실히 달랐습니다. 제가 옆에서 지켜본 아빠의 증상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.

  • 첫 번째: 어깨와 등 쪽의 통증이 심해졌습니다.
  • 두 번째: 손가락 끝이 조금씩 저리기 시작하셨습니다.
  • 세 번째: 결정적으로 손에 힘이 빠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.

처음엔 단순히 근육통인 줄 알았지만, **'손에 힘이 빠진다'**는 말씀을 들었을 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. 서둘러 병원에서 MRI 촬영을 해보니 목 양쪽 디스크가 파열되어 흘러내렸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. 이미 주사나 시술로는 회복이 어려운 상태였고, 두 군데의 병원을 가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습니다. "지금은 수술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."라는 말이었죠.

 

병원 직원이었던 나조차 당황스러웠던 보호자의 현실

저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입니다. 평소 환자분들에게 검사와 수술 절차를 안내하는 것이 제 일상이었죠. 하지만 막상 내가 보호자가 되어 병원 의자에 앉아보니 세상이 다르게 보였습니다.

늘 기계적으로 내뱉던 안내 멘트들, 서류에 사인을 요청하던 그 딱딱한 분위기가 보호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불안하고 어렵게 느껴지는지 절감했습니다. 의학 용어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고, 자꾸만 "조금 더 일찍 병원에 모셔왔더라면 수술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?" 하는 죄책감이 밀려왔습니다. 이번 경험을 통해 환자와 가족의 불안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고, 제 업무 태도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.

경추전방유합술 vs 인공디스크치환술, 차이점이 뭘까?

아빠가 받기로 한 수술은 **경추전방척추유합술(경추 5번-6번)**이었습니다. 그런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'인공디스크치환술'이 회복도 빠르고 움직임도 더 자연스럽다는 후기가 많더라고요. 왜 아빠는 그 수술을 할 수 없는지 궁금해서 병원에 직접 찾아가 상세한 설명을 요청했습니다. 
(아래 내용은 제가 병원에서 직접 들은 설명과 개인적으로 이해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. 개인의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. )

  • 인공디스크치환술: 손상된 디스크를 빼고 움직임이 가능한 인공 장치를 넣는 방식입니다. 자연스러운 목 운동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죠.
  • 경추전방유합술: 목 앞쪽을 2~3cm 절개해 디스크를 제거하고 인공뼈를 삽입해 나사로 고정하는 방식입니다.

 

병원 측 설명에 따르면, 아빠처럼 이미 뼈의 퇴행성 변화가 심하게 진행된 경우에는 인공디스크를 삽입해도 제대로 지탱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합술이 유일한 선택지였다고 합니다. 미리 자세히 설명해 주었더라면 덜 혼란스러웠을 텐데, 보호자가 직접 묻기 전까지는 알기 어려웠던 부분이었습니다.

 

수술 후 두 달, 여전히 진행 중인 회복의 시간

수술은 잘 끝났지만, 그 이후의 삶은 생각보다 훨씬 고단했습니다. 아빠는 수술 후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잘 때를 포함해 24시간 보조기를 착용하고 계십니다.

혼자 씻는 것은 물론이고 운전도 불가능하며, 고개를 숙이거나 밑을 쳐다보는 아주 일상적인 동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. 디스크 수술은 '끝'이 아니라 새로운 '관리의 시작'이라는 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. 관절은 한 번 닳기 시작하면 되돌리기 어렵고, 수술한다고 해서 예전의 건강했던 상태로 100% 돌아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.

글을 마치며: "내 몸의 신호를 무시하지 마세요"

요즘은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저 같은 20대들도 목과 어깨 통증을 달고 삽니다. 하지만 "조금 아프다 말겠지"라는 생각이 병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아빠를 보며 배웠습니다.

디스크는 수술까지 가기 전에 미리 체크하고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고 생각합니다. 혹시 부모님이나 본인이 손 저림이나 힘 빠짐 같은 증상을 느끼신다면, 저라면 한 번쯤 정밀 검사를 고민해 보게 될 것 같았습니다. 수술을 안 할 수 있는 단계에서 관리하는 것이 가장 큰 효도이자 자기 관리라는 것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.